[間腦]간뇌/여행

유럽여행기8 - Stupid weather -

우에로그 2006. 5. 15. 17:16

2005. 10. 24

오늘은 민박집을 옮기는 날

영국 GuestHouse에서 2박 3일 예약했으니, 오늘이 체크아웃이다.
뭐...런던을 떠나는건 아니고, 다른 곳으로 옮기기로 했다.

위치가 런던 시내에서 멀다 보니, 관광하고 돌아오기 귀찮다는 점 때문에, 좀 더 시내와 가까운 곳으로 민박집을 옮기기로 한 것이다.

짐을 다 챙겨가지고 나오는데, 같이 민박집에 묵었던 성수와 같이 나왔다. (런던 첫째날에 지하철에서 보고 우연히 같이 민박집에서 만난 분~)

물론 오늘밤 같이 뮤지컬을 보기로 했다.

하루의 시작은 1-2존 원데이 트레블 카드와 함께~

지하철을 타고 레스터 스퀘어로 향했다. 일단 보기로 한 뮤지컬은 맘마미아였다.

극장앞에서~

아니 이게 왠걸... 런던에서 맘마미아 인기가 장난 아니다. 자리가 없다.
아..있긴 하다. 제일 비싼 자리로 49파운드...
(물론 비싸면서도 좋은 자리는 다 나가고 안 좋은 자리가 남았다고...)
대략 10만원이다. 아... 돈의 압박인가...
다른거 뭐 볼까 하다가...일단 하프프라이스 전문 매표소인 TKTS로 가기로 했다.
(레스터스퀘어의 공원에 위치하고 있어서 찾기 쉽다.)

tkts앞에서...문열기전부터 길게 늘어저 있던 줄이 계속 유지된다.

성수와 함께, 수많은 짐에 시달리고 있는 나

런던에서는 뮤지컬 보는 것이 생활의 일부라더니, 역시 그런가보다.
아침부터 매표소에는 뮤지컬을 예매하려는 사람들로 줄이 늘어서있다.

tkts앞의 전광판에 절반가격의 뮤지컬제목과 시간, 가격이 표시되어 있다.

상영되는 뮤지컬의 종류가 무척 많았다. 레스터스퀘어 주변의 극장만 40여개가 넘으니...
무엇을 볼까 고민하던 끝에 결정한 뮤지컬은 Fame~
사실 무슨 내용인지도 모른다.(가격을 보니 절반가격중에서도 싼 편이었다.)
그리고 적어도 지루하지는 않을 것 같다는 예감도 있었고...

정가의 절반 가격인 19.75 파운드에 수수료 2.5 파운드
(tkts는 공식 하프프라이스 전문 매표소라서 믿을 만하다)

표는 끊었고, 성수와는 저녁에 극장앞에서 만나기로 하였다.
짐이 무거우니, 민박집에 짐부터 풀고...라고 생각했는데, 근처에 National Gallery가 보였다.
가까운데 있으니, National Gallery 부터 구경하고 민박집으로 가기로 했다.

National Gallery의 모습, 유럽의 3대 미술관 중 하나

내셔널 갤러리 앞에 바로 트라팔가 광장이 보인다.

National Gallery 앞의 트라팔가 광장, 영국해군의 자랑이라는 넬슨 제독 기념비가 있다.

넬슨 제독은 우리나라의 이순신처럼 영국에게 있어서는 나폴레옹이 이끄는 프랑스-에스파냐 연합함대를 무찌른 위대한 장군으로 추앙받고 있다. 재밌는 점이 넬슨 제독이 트라팔가 해전에서 완승직전에 적의 저격으로 숨을 거두었다는데...노량해전에서 적의 유탄에 맞아 숨을 거둔 이순신과 비슷하다.
우라나라의 광화문처럼 12월 31일이 되면 트라팔가 광장에 사람들이 많이 모인다고 한다.
오늘은 아침에 비가 온 탓에 날씨도 흐리고, 비도 조금씩 다시 오기 시작해서 광장이 한적했다.
특별히 볼 것도 없으니, 바로 National Gallery로 들어갔다.
지하로 내려가면 짐을 맡기는 곳이 있어서, 짐을 맡기는데...
관리직원이 무척 친절했다.
게다가 내가 한국인 인것을 알고는 "감사합니다", "안녕히가세요" 라고 하였다.
주로 일본어만 들어와서 그런지 한국어 한마디에 엄청 감동했다^^*
(유럽에서 동양인이면 대개 일본인 인줄 안다.)
아...그리고 중요 포인트.
런던 여행하다보면 트라팔가 광장에 자주 들릴 일이 생기는데...
화장실이 급하면 내셔널 갤러리 지하의 화장실을 이용하면 좋다.(깔끔하고 무료~)

30개의 주요 작품을 안내하는 스크린

National Gallery 중앙홀 2층의 모습
(전시실 내부에서는 사진촬영이 금지되어 있다.)

미술관에 처음 와 봤지만, 다른 박물관과 비교해보면 National Gallery는 관람하기 편했다.
일단 시대별, 작가별로 정리가 잘 되어 있고, 각 방 별로 이 방의 하일라이트 작품이 무엇인지 소개가 되어있어서, 감상하기 좋았다.
특히 유명한 화가 작품들도 많아서 지루하지 않다.
렘브란트, 보티첼리, 파라엘로, 레오나르도 다빈치, 루벤스, 르느와르, 모네, 고흐, 세잔...
특히 반 고흐의 해바라기 앞에서 오랜 시간을 보냈던 것 같다.
그림 자체가 엄청 멋지다거나 한 것은 아닌데, 특유의 색감으로 인한 그림의 느낌이 좋았다고 할까...
쇠라의 아니에르의 목욕하는 사람들도 독특했던 것 같고...
그림에 관심없는 사람이라도 National Gallery에서는 재밌게 그림을 감상할 수 있을 듯 하다.
물론 상세 설명이 있다면 더욱 좋겠지만...
아쉽게도 한국어 오디오 가이드나 책자는 없었다. 일본어는 있는데.ㅠㅠ
National Gallery 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박물관에서 아쉬운 점이 오디오가이드 같은 게 일본어가 대부분이고 중국어도 간간히 있는데, 한국어는 전혀 없었다.
개인적으로는 영국박물관보다 National Gallery가 더 볼 게 많았고, 재미있었다.

밖으로 나오면서 찍은 National Gallery의 모습

National Gallery를 재밌게 보고 나왔으니, 민박집으로 향했다.
옮기기로 한 민박집은 버킹엄 궁전 근처의 런던 풀하우스 라는 민박집이다.

풀하우스 민박집으로 가는 길

위치가 장난 아니다. 말 그대로 민박집에서 나와 5분여 정도 걸으면 바로 버킹엄 궁전...
민박집에 짐을 풀고 나서 나갈려고 하는데, 비가 온다.
아...이게 런던 날씨...
밖에 나가면 비만 맞고, 사진도 잘 안 나오고...
오늘은 별로다.
그냥 민박집에서 놀까 하다가, 가까운 버킹엄 궁전에 가기로 했다.

보초를 서고 있는 근위병...곰털모자가 귀여워 보인다.

날씨가 아주 좋다.(반어법)
조금씩 비가 오더니, 이제는 바람까지 분다. 우산이 날린다.
에허... 안 좋은 날씨임에도 불구하고 렌즈의 빗물을 닦으며 사진을 찍고 있는데...
누군가 말을 건다.
"Are you Chinese?"
나와 비슷한 나이로 보이는 중국인 여자분이다.
한국인이라고 말했더니, 사진 찍어달라고 한다.
사진 찍어주고, 나도 찍어달라고 했다.
(혼자 다녀도 나처럼 혼자 다니는 여행자가 사진 부탁을 하니, 걱정이 없다. 사진 찍어주고 바로 저도 찍어주세요~ 하면 된다.)

흐린 날씨의 버킹엄 궁전 앞에서

그렇게 서로 사진을 찍어주고 헤어졌다.

버킹엄 궁전 앞의 빅토리아 기념비

빅토리아 기념비와 버킹엄 궁전의 전경

근위병 교대식 시간은 이미 지났고, 버킹엄 궁전 주변에서 특별히 볼 것도 없고...
그렇다고 버킹엄 궁전주변의 St. James Park에 가봤자, 흐린 날씨의 공원이 그다지 좋을 것 같지도 않고...
어디를 갈지 정하지도 않고, 생각없이 걷다보니 The Mall 거리를 걷고 있었다.
어느정도 걸었을까? 뒤에서 누군가 내 우산을 툭 친다.
웅? 누구?
"Hi~"
아..버킹엄 궁전에서 사진 부탁했던 중국인 여자분이시네~
"Hi~"
"Where are you going?"
"No plan. just walking~"
계획없이 걷고 있다니까, 자기도 그렇단다.
그렇게 이야기 하기 시작해서, 어느새 같이 걸어가게 되었다.
이름은 Jingwen, 알고보니 나랑 같은 나이였고, 대학교를 졸업하고 영국 맨체스터에 유학왔다고 한다.
런던에는 면접때문에 처음 왔는데, 새벽5시에 일어나서 아침 일찍 면접보고 남은 시간동안 런던 구경이나 할까 해서 돌아다녔다고...
런던에 처음 왔다고 해서 내가 되물었다. 맨체스터면 나에 비해서는 런던이 가까운 편인데 볼 것도 많은 런던에 처음이라는게 신기하다 라고...(물론 영어로 이렇게 자연스러운 표현은 아니었지만-.- 대충 이렇게 물었다)
웨일스나 애딘버러는 갔다왔는데, 이상하게 런던에는 올 일이 없었다나?
어쨌든 걷다보니 도착한 곳은 트라팔가 광장~
또 왔구나...
이제 어디로 가지?
Jingwen이 Regent Street로 가고 싶다고 한다.
아... 거기라면 내가 잘 알아~ (어제 밤에 가봤으니까...)
그래서 내가 안내하게 되었다.
가던 도중 Piccadilly Circus를 지나가게 되었는데 Jingwen이 말했다.
삼성~ 한국 기업 상표지?
어. 맞아.
같이 유학하는 한국인 친구가 있는데 한국 돌아가서 거기 취직한데...
아...그렇구나.
삼성이 아주 예전에는 별 3개 三星 이었다고 말해주었다.
Jingwen이 놀란다. 우와. 너 한자 아는구나.
아니...그다지-.-
갑자기 종이를 꺼내더니 사람 이름을 적는다.
어...장동건?
알아보네? 우리 엄마가 엄청 좋아해.
그 이후로 최지우, 이동건. 등의 한자를 적어서 보여주는데...
한자를 잘 몰라서 대충 찍었는데, 그럭저럭 맞았다-.-
한자맞추기 놀이를 하면서 걷다보니, Regent Street에 도착했다.
같이 쇼핑가를 구경했다. 사실 어제 밤에 오긴 했지만, 상점문이 닫혀있어서 거의 보지 못했으니까...

이곳이 Toys Hamleys~ 장난감 전문 매장이다. 배트맨이 공중에 떠 있다.

Toys Hamleys의 커다란 기린 인형. 1500유로

Toys Hamleys 매장에는 신기하고, 재밌는 장난감 그리고 인형들이 많아서 재밌게 놀 수 있다.

Regent Street에 있는 애플 스토어

어느새 Regent Street 끝까지 왔다.
혼자 여행을 하다가 같이 다녀서 그런가?
안 되는 영어로 대화를 하는 것도...재미있었고...
사실 Jingwen이 쇼핑가로 오자고 이유는 신발을 사기 위해서 이다.
Jingwen은 하이힐 같은 구두를 신고 있었는데, 꽤 다리 아파했다.
사실 많이 걸었으니까... 버킹엄궁전에서 여기까지...-.-
Regent Street에서 여러가지 신발 매장에 들렀는데...맘에 드는게 없나보다.
신발가게를 찾으러 Regent Street를 지나 Oxford Street로 갔다.
꼭 찾을려고 하면 안 보인다니까...
결국 신발을 못 산 Jingwen은 다리 아파하며 힘들어 했다.
(마구 걷는 나를 따라다니면 힘든게 당연-.-)
거리 중간의 벤치에 앉아서 사람들을 구경하면서 여러가지 이야기를 했다.
영어로 이렇게 오래 이야기 하다니...(스스로 대견해 함-.-)
아...그러고보니 배고프네.
같이 저녁이나 먹자~
간 곳은 샌드위치 전문점~

샌드위치 전문점에서 Jingwen과 함께

같이 저녁을 먹고, 이야기를 하다보니 시간 가는 줄 몰랐다.
그러고보니 뮤지컬 볼 시간을 깜박한 것이다.
(시작시간까지 30분정도 남았군...빠듯하네-.-)
오늘밤에 뮤지컬 예매했는데, 얼마 안 남았네.
Oxford Circus 역까지 빨리 뛰어갔다.
운 좋게 바로 지하철이 왔다.
Jingwen은 Euston역에서 맨체스터로 가는 9시 열차를 탄다고 해서, 지하철로 가는 법을 설명해 주었다. (비록 몇일이지만 런던에 더 오래 있었던 내가 런던 지하철을 더 잘 알고 있다.ㅎㅎ)
2시간 동안 뭐하지? 혼자 심심하겠네.
나도 계속 이야기하면 좋겠지만, 뮤지컬을 예매해 놨으니까 할수없지.^^*
즐거운 하루였다며, 서로 손을 흔들면서 헤어졌다.
비록 반나절이었지만, 우연한 만남, 런던 시내를 같이 걸으며 나눈 이야기들...
서로에게 즐거운 추억으로 남았기를...

자...이제 뮤지컬을 보러 가야지-.-
Leicester Square역에 내려서 뮤지컬 극장까지 얼마나 걸릴까?
지도를 보면서 마구 뛰어갔다-.-
역에 도착했을때 뮤지컬 시작 10분전이었기에 무척 다급했다.
결론은 5분만에 도착. 늦으면 안 들여보내줄까봐 빨리 뛰어서, 5분전에 도착했다.

어쨌든 도착...땀으로 얼굴이 반질반질-.-

Fame 공연 시작 전, 빈자리가 없다.

Fame은 스타를 꿈꾸는 예술학교 학생들의 열정과 사춘기 청소년들의 사랑, 선생님과 학생들 사이의 끈끈한 정을 다룬 뮤지컬로 1995년 런던에서 초연되었고, 그 이후 전 세계 18개국에서 공연되었다.
무대가 예술학교이다보니, 발레와 춤 그리고 다양한 장르의 음악(재즈, 힙합, R&B, 발라드. 등)으로 눈과 귀를 즐겁게 해준다.
제목은 모르겠지만 "hard work~" "hard work~" 를 연발하는 노래가 기억에 남는다.
(일~ 일~ 하는데 왠지 모를 압박감이-.-)
개성넘치는 캐릭터, 중간중간 웃긴 장면도 많아서 재밌게 보았다.
(웃긴 장면인데, 다들 웃는데 나만 영어를 이해하지 못해서 멍하니 보고 있을때는 조금 우울했다)
조금 아쉬운 점이라면 아주~ 유명한 노래가 없어서 따라 부를 노래는 적다.
비싸더라도 맘마미아를 봤어야 했나...
뮤지컬 끝나고 나오면서, Fame의 극장인 Aldwych Theatre

극장에서 지하철 역으로 가는 도중에 본 Savoy호텔
그저 보통 호텔이라면 사진을 찍을리 없다.
이거 꽤 유명한 호텔이다. 영화 노팅힐의 마지막 장면에서
여자주인공인 줄리아로버츠가 기자회견하던 호텔이 바로 이곳이다.
(영화보면 잠깐 호텔 입구가 나온다.ㅎㅎ)

비가 왔다 안 왔다...아침부터 날씨가 엉망이다.
비가 와서 야경찍기는 힘들겠군...
그래도 빅벤의 야경을 보기 위해 Westminster역으로 갔다.
역에 도착하니, 비바람이 몰아쳤다.
렌즈의 빗물을 닦아가면서 사진을 찍어보았다.

빅벤의 야경

런던아이의 야경

사진을 찍고 있는데 비바람이 더 거세졌다.
오늘 하루 날씨 장난 아니구나. 클라이막스는 밤인가...
갑자기 오늘 만났던 Jingwen이 걸어가면서 했던 말이 생각났다.
"It's Stupid weather~"
그래...
오늘 완전히 Stupid weather 네...
비바람에 온 몸이 다 젖은 채 민박집으로 돌아왔더니, 다들 맥주파티를 하고 있었다.
"이런 날씨에 뭐 볼 꺼 있다고 이렇게 늦게 와."
같이 맥주를 마셨다. 여러가지 이야기도 나누고...
이렇게 런던에서의 하루가 갔다.
내일은 또 어떤 일이 있으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