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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間腦]간뇌/여행

유럽여행기17 - 네덜란드에서의 방황

by 우에로그 2006. 8. 8.

2005.10.28

벨기에에서 네덜란드로...약 3시간여를 기차를 타고 가면 도착한다.
도착 하니, 대략 20시 56분~
분까지? 너무나 정확하지 않은가!
사실 유럽의 열차들은 출발, 도착 시간들이 거의 정확한 편이라서, 아직까지도 기억하고 있다.

사실은 수첩에 적어놨음-.-
어쨌든 네덜란드의 수도 암스테르담의 중앙역에 도착했다.


암스테르담의 중앙역

네덜란드 올 생각은 없었지만... 일단 오고 나니 기분이 좋다.
히딩크 형님의 고향이라 그런지... 뭔가 친숙한 느낌이다.
일단 시간이 늦었으니, 잘 곳을 구하러 돌아다니기로 했다.
일단 중앙역에서 가까운 Flying Pig Downtown 이라는 호스텔에 가 보았다.

당황스럽게도 빈 방이 없다고 한다.(아..시간이 늦어서 그런가?)
그래서 Bob's YH 라는 호스텔로 가보았다. 여기도 빈 방 없음-.-

역 주변의 거의 모든 호스텔들을 다 돌아다녀 봤다.

뭐, 그 와중에 암스테르담 특유의 대규모 홍등가들을 지나게 되었다.
하지만 지금은 방을 구하는 상황
빨간 불빛 아래 속옷만을 걸친 유럽 여인네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오질 않았다.

그리고 몇몇 외국인이 다가와, 마약을 사라고 했다.
유흥가 주변에서는 마약을 파는 호객꾼이 많다는 말은 들었는데...
역시 실제로도 그랬다.

길거리에서 파는 약의 성분도 의심스럽고, 역시 홍등가와 마찬가지로 지금 급한 건 그게 아니다.
잘 곳도 없는 상황에 네덜란드의 문화(?)를 체험할 시간은 없었다.

잘 곳이 필요해...
역 주변의 모든 호스텔들은 자리가 없는 의외의 상황(지금은 비수기라고!!!)

거의 모든 호스텔들의 문 앞에 FULL이 붙여져 있는 난감한 상황

잘 곳이 없어서 우울한 나

역에서 조금 떨어진 유스호스텔들을 알아보기로 하고, 다시 역으로 돌아왔다.
Vondelpark YH. 등의 유스호스텔 등에 전화를 걸어 빈방을 알아보았으나, 방이 없었다.
(이런 난감한, 여긴 꽤 큰 유스호스텔인데!!!)
정말 잘 곳이 없는 건가!!!
그때 누군가가 말을 걸어왔다.
"안..녕하세요. 저는 벤.자.민이에요~"

뭐지. 이 어색한 한국말은?
한 네덜란드 아저씨가 어색한 한국말로, 자기네 집에서 자란다.
단 30 유로를 제시했다.
그러면서 책자를 보여주는데, 다양한 한국인들이 벤자민 아저씨 집이 좋다. 라는 식으로 적어놓은 방명록이었다.
말로만 듣던 현지인 민박이로군?

근데 너무 비싸다 30유로라니!!!

벤자민 아저씨가 말한다.
"오늘 축제기간이라서 빈 방이 없을꺼에요."
앗...그렇구나. 그래서 빈방이 없구나.(한마디로 너희들은 잘 곳을 못 구하는 상황이니 30유로씩 내고 자는게 어떠냐? 라는 것이다.)

하지만, 난 순순히 30유로씩이나 줄 수 없다.
일단 한번은 튕겨주자.

다른데 좀 더 알아보고 온다고 했다.(물론 다시 가서 25유로를 제시할 생각이다)
일단 여행동료인 범석이와 토론을 했다.
30유로는 비싸지 않은가? 역시 그렇다. 하지만 잘 곳이 없는 상황인데...
그때 최후의 보루가 생각났다.

한국인 민박집이 있다. 다만 굉장히 멀지만, 한국인들만 그곳에 갈 테니, 비수기인 오늘 같은 때 자리가 가득 찰리가 없다.
일단 벤자민 아저씨에게 25유로를 제시해보고, 최후의 보루를 쓰자.
그런데 벤자민 아저씨가 안 보였다. 쿨럭.
어쩔수없이 최후의 보루

게스트하우스 코리아라는 한국인 민박집에 전화를 걸었다.
빙고! 자리가 있다고 한다.
다만, 조낸 멀다. 53번 지하철 종점에 있다.
내일 쓸 것을 대비해서 1회권이 아닌, 스트립튼 카르트라고 하는 15칸짜리 펀칭 지하철 표를 샀다.

개찰구에 넣는 것이 아니라, 자기가 직접 기계에 넣어서 찍은 다음에 쓴다.

스크립튼 카르트의 모양, 자동으로 15칸을 찍는 것이 아니라,
자기가 직접 종이를 접은 다음 1번부터 하나씩 찍어가면서 쓴다.

2명이서 나누어 쓸꺼니까, 2칸을 찍었다. 그리고 지하철을 탔다.
종점까지 계속 갔다.(생각보다 멀지는 않았다. 지하철 종점까지 20분 조금 넘게 걸렸다.)
테덜란드는 지반이 약해서 지하철이 활성화 되어 있지 않다. 수도치고는 지하철 호선도 적고, 길이도 짧다.
어쨌든 종점에 도착하니, 민박집 주인인 아저씨가 마중 나와 있었다.
아저씨가 우리의 스크립튼 카르트를 보고 말했다.
"여기까지 오는데 2번 찍은거야?"
그렇다고 하자, 아저씨가 손사래를 치면서 말한다.
"큰일 날뻔 했군, 이거 역무원에게 들켰으면 벌금으로 100유로 정도는 내야할껄?"

우엣! 뭔가 잘못 한거로군!!!
아저씨가 말하길 여기는 종점이고, 3구역 범위니, 한 사람당 적어도 4칸은 찍어야 한다고 한다.
즉 1구역은 2칸(1칸 찍는게 아니었다. 최소 2칸인 것이다)
2구역은 3칸, 3구역은 4칸 이런식으로...
원래는 4칸씩, 2명 8칸을 찍어서 와야 하는데, 우리는 2칸만 찍고는 온 것이다.
수시로 역무원들이 표 검사를 하는데, 우린 운 좋게 검사받지 않은 것...
어쨌든 돈 굳었으니, 남은 스크립트 카르트를 내일 쓰면 될 듯..ㅎㅎㅎ

민박집이 구석진데 있었다. 그냥 보통 아파트

하..왠지 피곤하다.
25유로 1박으로 계산하고, 방에 누웠다.
민박집이라기보다는 그냥 개인 아파트라서, 그렇게 좋은 편은 아니었다.
민박집이라면 많은 사람들을 수용할 수 있어야하는데, 그냥 살림집이므로 화장실도 하나, 컴퓨터도 한대...
게다가 12시가 되면 시끄러우니 바로 자라고 한다.
부엌도 24시간이라고 하더니, 실제로는 시끄럽다고 못 쓰게 하였다.
배고파서 라면 끓여먹으려고 했는데, 못 했음.
결론은 비추천-.-/
이 곳 빼고는 잘 곳이 없었으니까...어쩔수없지..
오늘 하루는 꽤 힘든 하루였다.(지금까지 여행 중 최대의 위기라고나 할까...)
피곤함에 바로 잠이 들었다.